임금불평등은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삶의 조건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난다. 일을 더 잘하거나 의미있게 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저임금 상태가 지속되면 청년과 청소년은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잃고 만다. 여성 가장들은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린다. 경력이 단절된 중년들은 되돌아갈 힘을 얻지 못한다.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발 딛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줄푸세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한 이야기다. 줄푸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엄격한 법질서의 적용을 말한다. 당시의 줄푸세 공약과 사상은 누가 보아도 1980년대의 레이건을 연상시키는, 낙수효과와 시장근본주의에 기초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줄푸세가 재벌개혁과 나아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의미하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니. 문재인 후보도 5년 전 "줄푸세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